기타

새벽 양화대교에서 내 손 잡아준 낯선 사람의 정체

요약: 가족을 모두 잃고 양화대교 난간에 섰던 19살 소녀. 낯선 자전거 소녀가 손을 잡아 살려냈고, 6년간 가족처럼 살았지만 그 친구마저 교통사고로 떠났다. 그래도 친구가 남긴 말을 붙잡고 다시 일어선 이야기.


고3 직전 겨울방학, 교통사고 한 번에 엄마 아빠 오빠를 전부 잃었다. 장례식이 끝나자마자 양화대교로 향했다. 새벽 어둠 속에서 난간 앞에 섰다. '10분만 더 숨 쉬다가.' 그 10분이 계속 늘어났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강물이 햇빛에 반짝이는 게 너무 아름다웠다. 마지막으로 살아온 날들을 떠올리는데, 자전거 한 대가 내 뒤에 멈춰 섰다. 누군가 내려와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았다. 세상 모든 감각이 꺼져 있었는데, 그 손의 온기만은 느껴졌다. '새벽 공기 좋지?' 단 한마디에 눈물이 쏟아졌다. '춥지 않아?' 그 말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그 아이는 오래된 친구처럼 등을 토닥여줬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줬다. 알고 보니 가까운 학교를 다니는 또래였다. 그날 이후 그 친구는 매일 반찬을 챙겨다 줬고, 우울할 때면 손을 끌고 영화관에 데려갔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던 내가, 그 친구 때문에 살고 싶어졌다. 나중에 들었다. 난간 앞에 선 나를 보고 바로 알았다고. 경찰에 신고할까 하다가 내 표정이 너무 슬퍼 보여서, 자기도 모르게 손을 잡았다고. 스무 살이 되자마자 둘이서 작은 원룸을 구해 같이 살기 시작했다. 25살까지 내 20대의 절반을 함께 보냈다. 가족처럼 울고 웃고, 서로를 의지하며 누구보다 행복하게 지냈다. 그런데 작년 오늘, 내 반쪽 같던 그 친구가 떠났다. 밤늦게 택시를 타고 오다가 사고가 났다. 또 교통사고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왜 전부 떠나는 걸까. 내가 못나서 하늘이 질투해서 데려가는 건가.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왔는데 눈앞에 친구가 아른거렸다. 한 달을 밥도 못 넘기고 울기만 하다가 세 번이나 쓰러졌다. 그런데 19살 때와는 달랐다. 극단적인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친구가 내게 남긴 말이 너무 많았으니까. '넌 꼭 행복해져야 되는 사람이야. 알지?' 입버릇처럼 했던 그 말. 그래서 다시 일어섰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하면서 공부해서 올해 초에 취직도 했다. 아직도 함께 살던 반지하 원룸에서 산다. 허름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다. 친구의 흔적을 남겨두고 매일 기억하고 있다. 오늘이 그 친구가 떠난 지 정확히 1년째. 벼랑 끝에서 내 손을 잡아 세상으로 끌어당겨준 그 친구. 정말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었다. 열심히 살아갈 거다. 친구가 나를 살려준 게 헛되지 않도록. 그리고 언젠가 다시 만나면, 그때 내 손 잡아줬던 것처럼 이번엔 내가 그 손을 평생 잡아줄 거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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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어다행 2026-03-12

양화대교에서 손을 잡아줬다는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요. 낯선 사람의 용기 있는 행동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는 게 정말 놀랍네요. 지금도 잘 살고 계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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