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상식

노벨상 수상자도 월가 전설도 전부 박살낸 레버리지의 진짜 정체

2026-07-02 조회 3 좋아요 댓글 0
요약 빌황의 63조원 붕괴부터 LTCM 노벨상 수상자들의 파산 그리고 전설적 투기꾼 제시 리버모어의 비극까지 레버리지가 천재들마저 어떻게 무너뜨렸는지 추적한다. 개인투자자들이 빠지는 심리적 함정과 구조적 불리함을 데이터와 함께 파헤치며 생존이 곧 승리인 이유를 밝힌다.


#전체내용


한국계 미국인 빌황은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투자자였다. 정장 차림에 성경 공부 모임을 이끌고 7천억 원 넘게 기부한 독실한 자선가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자기 돈 13조원을 가지고 파생상품으로 그 다섯 배인 63조원어치 주식에 배팅을 걸었다. 문제가 터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사흘이었다. 주가가 빠지자 증권사들이 추가 증거금을 요구했고 감당할 수 없었던 그는 디폴트를 선언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입은 손실만 14조원에 달했고 크레디트스위스 한 곳만 55억 달러를 날리며 167년 역사의 은행이 경쟁사에 매각당했다. 빌황 본인은 2024년 사기와 시장조작 혐의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월가의 전설적 트레이더도 수십억 달러를 기부한 자선가도 레버리지 앞에서는 똑같이 무너졌다. 레버리지란 영어로 지렛대라는 뜻이다. 내 돈 100만원으로 1000만원어치를 움직이는 것이 10배 레버리지다. 가격이 10퍼센트 오르면 내 돈 기준 100퍼센트 수익이지만 10퍼센트 내리면 내 돈 전부가 사라진다. 100퍼센트 손실에 청산이다.


서울신문이 2026년 2월 20대에서 60대 투자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네 명 중 한 명이 전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시장에 넣고 있었다. 자기 돈의 10배를 빌려 투자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40대 공무원은 자기자본 1억원에 빌린 돈 10억원을 합쳐 11억원어치를 굴리면서 30퍼센트 넘는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수익이 나는데 잠이 안 온다는 그 문장 안에 레버리지의 본질이 다 들어있다.


같은 조사에서 근로소득으로 투자한 사람 67퍼센트가 수익을 냈지만 대출을 끼고 투자한 사람은 50퍼센트가 마이너스였다. 빌린 돈으로 투자하면 하락이 올 때 버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자가 나가고 추가담보를 넣으라는 전화가 오고 결국 가장 나쁜 타이밍에 팔 수밖에 없다. 방향을 맞춰도 타이밍에 죽을 수 있다는 것이 레버리지의 첫 번째 함정이다.


2024년 해외 장내파생상품에 투자한 한국 개인투자자들의 거래대금이 1경607조원에 달했다. 대한민국 1년 예산의 15배가 넘는 금액이다. 그런데 수익은 마이너스 4천억원이었다. 손실을 본 계좌수가 3만3천개 이익을 본 계좌수가 2만2천개로 돈을 잃은 사람이 번 사람보다 50퍼센트나 더 많았다.


선물거래의 핵심은 계약이다. 미래의 어떤 시점에 어떤 가격으로 사고 팔겠다는 약속이고 이 약속의 보증으로 내는 돈이 증거금이다. 실제로는 계약금액의 10에서 15퍼센트만 증거금으로 걸기 때문에 약 7배 레버리지가 자동으로 걸린다. 여기서 무서운 건 일일정산 제도다. 주식은 팔기 전까지 장부상 손실이지만 선물은 매일 정산해서 차이만큼 현금으로 즉시 빼간다. 방향은 맞았는데 중간에 한번 흔들리면 돈이 먼저 바닥나서 청산되는 일이 벌어진다.


빌황의 아케고스캐피털은 총수익스와프라는 파생상품을 썼다. 실제로 주식을 사지 않고도 주식을 산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드는 계약이다. 이 방식을 쓰면 빌황이 어떤 주식을 얼마나 보유하는지 외부에서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여러 증권사에 동시에 같은 주식에 대한 계약을 걸 수 있었다. 각 증권사는 자기네만 거래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주식에 레버리지가 겹겹이 쌓여있었다. 2021년 3월 비아콤CBS 주가가 급락하면서 이 구조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1994년 설립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LTCM의 파트너 중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마이런숄즈와 로버트머튼이 있었다. 자기 돈 48억달러로 1250억달러를 굴렸으니 레버리지가 무려 26배였다. 파생상품까지 포함하면 총 거래규모가 1조2천억달러를 넘었다. 처음 3년은 환상적이었다. 1994년 28퍼센트 1995년 59퍼센트 1996년 57퍼센트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수학모델이 예측하지 못한 충격이 발생했다. 26배 레버리지가 걸려있으니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며칠 사이에 자본금의 절반이 날아갔다.


행동경제학자 리처드탈러의 넛지 개념처럼 인간은 합리적으로 계산하는 존재가 아니라 주변 환경에 쉽게 넘어가는 존재다. 수익이 날 때와 손실이 날 때 뇌의 반응이 다르다. 50만원을 벌었을 때의 기쁨보다 50만원을 잃었을 때의 고통이 약 2배에서 2.5배 더 크다. 그래서 손실이 나면 레버리지를 오히려 더 높이게 된다. 이것이 추격패턴이다.


해외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 거래대금이 2020년 20조원에서 2024년 397조원으로 4년만에 20배 폭발했다. 반도체 3배 레버리지는 66퍼센트 넘게 빠졌고 테슬라 2배 레버리지는 69퍼센트 넘게 빠졌다. 레버리지ETF에는 변동성잠식이라는 숨겨진 독이 있다. 지수가 10퍼센트 빠졌다가 다음날 10퍼센트 올라도 원점이 아니다. 레버리지 배율이 높을수록 원점 회복이 어려워진다. 시장이 횡보만 해도 서서히 녹아내린다.


제시리버모어는 20세기 초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투기꾼이었다. 14살에 가출해 시세판 사환으로 시작해 1929년 대공황 때 공매도로 약 1억달러를 벌었다. 그러나 과도한 레버리지와 집중투자를 반복하며 공식적으로만 네 번 파산했다. 모든 매매에서 발생한 이익의 절반은 현금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알면서도 지키지 못했다.


레버리지를 쓰지 않고 매달 80만원씩 인덱스펀드에 넣으면 연평균 7퍼센트 수익률로 1억원이 되려면 8년 넘게 걸린다. 답답하지만 8년 뒤 1억원이 있는 사람과 레버리지로 3년만에 5천만원을 날린 사람 중 누가 더 나은 위치에 있을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한번 크게 이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에서 퇴장하지 않는 것이다. 레버리지는 이길 때의 쾌감을 극대화하지만 동시에 퇴장의 확률도 극대화한다. 내가 쓰고 있는 레버리지가 시간을 아군으로 만드는 구조인지 적으로 만드는 구조인지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제로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한다.


댓글 0

0/1000자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관련 사연